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경기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시장은 40년 넘게 지역민의 삶을 지탱해온 전통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이곳은 ‘무허가 노점’ 문제를 둘러싼 고소·고발과 민원으로,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민민 갈등 현장으로 떠올랐다.
점포 상인들은 불법 점유와 영업 피해를 호소하고, 노점상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상인회는 “이 문제의 본질은 불법이 아니라, 합의의 정신이 무너진 것”이라며 행정과 정치권에 “시장 내부의 공존 구조를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 “새로 생긴 노점이 아니다”… 상인회가 말하는 공존의 역사
화서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금 논란이 되는 노점은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장 안에서 함께 장사하던 분들”이라며 “2019년 아케이드 공사 이전부터 존재하던 상인들”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당시 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점포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자진 철거와 재배치 합의를 통해 아케이드 공사를 도왔고, 그 결과 지금의 상권이 다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점이 시장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지탱해온 구성원이었고, 그 합의 속에서 시장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회 측에 따르면 이 합의는 당시 팔달구청과 수원시 지역경제과에도 공식적으로 공유됐으며, ‘소방도로 확보’와 ‘시장 질서 유지’라는 조건 아래 모든 상인들이 동의한 사항이었다고 전했다.

■ “합의 대상이 아니었던 일부 상인들이 문제화”… 갈등의 재점화
현대화 사업 공사 이후, 일부 점포 상인들이 “통행로를 막는다”, “불법 건축물이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노점 철거를 요구하면서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상인회 측은 “이들은 2019년 아케이드 설치 당시 협의 대상이 아니었고, 기존 합의의 경위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장 내 분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오랫동안 함께한 노점 어르신들이 하루아침에 불법 취급을 받게 됐다”며 “이들은 상권을 함께 살려온 구성원들이고,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화서시장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가 기존 합의를 무시하고 노점을 ‘불법’으로 몰면서 공동체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며 “지금의 문제는 단순한 불법 단속이 아니라, 시장 구성원 간 신뢰가 붕괴된 사회적 갈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상인회 관계자 역시 “이 사안을 행정이 강제 철거로만 접근한다면 결국 시장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행정의 개입보다는 상인 간 자율적 합의와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팔달구청 “법 절차에 따른 행정 진행 중… 자진정비 유도”
팔달구청 안전건설과는 “해당 구역은 도로법상 무단점유 구간으로 행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총 23개소 중 자진 철거 2개소, 철거 예정 1개소 등 단계별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염선영 건설행정팀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변상금 부과와 이행강제금 조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자진 정비를 유도하면서 최대한 충돌 없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은 법적 절차를 따르되, 시장 내부의 상생 분위기가 회복되길 바란다”며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철거비 100만 원이 없어 철거가 지연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염 팀장은 “이는 실제 철거비가 아니라 이행강제금 100만 원 부과 사실을 오해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철거비 산정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이상균 구청장 “위법은 행정처분, 그러나 상권 활성화·화합이 근본 해법”
이상균 팔달구청장은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만, 행정처분만으로는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상인 간 화합과 상권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14일과 9월2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화서시장 불법 노점상들의 위법 사항은 명백하지만, 행정이 나서기보다 상인 스스로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두 차례의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엔 강제집행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제주 동문시장이나 부산 깡통시장처럼 상생과 자율을 통한 시장 활성화 모델을 참고하겠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화서시장은 수원의 4대 시장 중 하나로, 오랜 전통을 가진 만큼 내부의 합의가 시장의 생명력을 좌우한다”며 “행정은 질서를 세우되, 상인 간 신뢰 회복을 돕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 행정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합의 정신’… 시의회·집행부, 상생 의지를 제도권으로 끌어안아야
화서시장 노점 문제는 단순히 불법 영업이나 행정처분의 차원으로 볼 수 없다.
그 근저에는 오랜 세월 시장을 지탱해온 상인 공동체의 합의, 그리고 상생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상인회의 말처럼 “합의로 만들어진 상권은 합의로 지켜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행정적 강제나 단속이 아니라, 신뢰 회복과 제도적 포용이다.
무엇보다 시의회와 시 집행부, 즉 정치와 행정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공존의 합의 정신’을 단순히 불법의 잣대로만 단정하지 말고, 이를 제도적으로 양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치와 행정의 품격이며, 지역 공동체가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경기도 정치·행정 1번지인 수원특례시와 수원특례시의회의 전통시장 갈등 해법이 전국의 시선 속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수원 화서시장의 상생 모델이 ‘갈등을 넘어 공존으로 가는 길’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 케이부동산뉴스(2025.09.23.) [인터뷰] 이상균 수원시 팔달구청장 “차 없는 수원화성, 지속 가능한 도시… 광교산은 생태와 첨단산업의 공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