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한국농어촌공사가 평택호(아산호) 수면 일부에 대규모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바다처럼 넓은 평택호를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는 발상은 상식 밖”이라며, 공공기관이 주도한 일방적 추진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16일, ‘아산호 햇살나눔 주민참여형 농어촌재생에너지 제3자 제안공고’를 통해 총 5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고에 따르면 설치 대상은 평택호 수면 일부로, 만수면적 약 2,429ha 중 최대 485ha 이내, 전체의 약 20%에 달한다. 사업자는 공고 후 90일간의 절차를 거쳐 선정되며, 실시협약 체결 이후 최대 20년간 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 “주민참여형이라지만… 주민은 결정 과정에서 배제”
농어촌공사는 이번 사업을 ‘주민참여형’으로 규정하며,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농업생산기반시설 유지 재원 확보 등을 추진 목적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해당 표현이 실제 사업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사업 기획과 입지, 규모는 이미 공고를 통해 확정된 상태이며, 주민은 사전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업자 선정 이후 지분 참여 가능성만 열어둔 구조로, 주민 참여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들은 “참여가 아니라 통보”라고 반발하고 있다.
◆ 관광·환경 자산 평택호… “에너지 정책으로 공간 성격 바꿔선 안 돼”
평택호(아산호)는 충청남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와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사이, 아산만과 안성천 하구를 가로지르는 아산만방조제 건설로 형성된 인공 담수호다. 공식 명칭은 ‘아산호’지만, 평택 지역에서는 호반 관광단지 조성 계획에 따라 ‘평택호’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려왔다.
아산만방조제는 1973년 당시 농업진흥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업용 수자원 확보와 염해 방지를 위해 건설했으며, 연장 2,564m, 높이 8.5m, 폭 12m, 저수 용량 약 225만 톤 규모다. 이 담수는 평택에서는 농업용수로, 아산에서는 공업용수로 활용돼 왔다.
이처럼 평택호는 단순한 저수지를 넘어 농업·산업·환경·관광 기능이 복합된 광역 수자원 공간이다. 특히 평택시는 수십 년간 평택호 관광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 대표 관광자원으로 육성해 왔으며, 최근 들어 본격적인 활성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수면적의 20%를 수상태양광으로 점유하는 계획은, 단순한 발전사업을 넘어 평택호의 공간 성격과 미래 활용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경기도의회 이학수 의원 “평택의 미래를 묶는 사업… 즉각 재검토해야”
이학수 경기도의원은 이번 사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평택호는 특정 기관이나 사업자가 단독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자산”이라며 “수면의 20%를 20년간 점유하는 사업은 사실상 평택의 관광·환경 미래를 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민참여형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했지만, 정작 주민은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며 “공공기관이 시민의 공간을 민간 중심 발전사업에 내주는 구조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학수 의원은 “충분한 정보 공개와 공론화, 시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 이병배 평택시의회 전 부의장 “축구장 680개 규모… 주민 주권에 대한 도발”
이 같은 비판에 힘을 보태듯, 이병배 전 평택시의회 부의장도 공개적으로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택호 관광단지 앞 수면에 축구장 68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공고는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업은 지자체 의견 수렴도,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 없는 특정 기관의 독단은 명백한 주민 주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또한 “만약 이 사업이 누군가의 특권을 위해 자행되는 일이라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평택시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업 추진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 “평택호 망치는 행위… 절대 용서 못 해”
시민 반응은 한층 더 격앙돼 있다. 평택 시민들은 “태양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왜 하필 평택호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시민은 “40년 넘게 관광단지를 준비해 온 평택호를 단 한 번의 공고로 20년간 묶어두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건 정책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평택을 죽이는 결정에 동의한 적 없다”며 “이런 식의 사업 강행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는 “평택호는 바다가 아니라 발전소 부지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지역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사업자 선정 전에 멈춰야”… 공론화 요구 확산
지역사회에서는 공고 철회와 함께 ▲사업 전면 중단 ▲시민 공청회 개최 ▲평택시·경기도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에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향후 집단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평택호 수상태양광 논란은 단순한 개발 찬반을 넘어, 누가 평택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을 갖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