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30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 광장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주관으로 ‘경기도의회 사망 공무원 추모모임’이 열렸다.
이날 추모모임에는 경기도의회와 도청 소속 공무원 동료들이 참석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동료를 기리며 묵념과 헌화, 추모사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장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참석자 다수는 검은 복장과 조끼를 착용한 채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행사 사회자는 “오늘 추모모임은 쓸쓸히 떠나간 동료를 조용히 떠나보내기 위한 자리”라며 “그러나 너무도 젊은 동료를 잃은 슬픔과 아픔 앞에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형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장 직무대행은 추모 발언을 통해 “법과 제도는 살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약속이지,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밝혔다.
추모사 낭독에서는 고인을 ‘앞날이 더 빛나야 했던 젊은 공직자’로 기억하며,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부채감이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애도했다.
또한 “오늘 이 자리는 단지 슬픔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공직자들이 함께 아파하고 기억하는 자리”라며 공직사회 내부의 돌봄과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모사 낭독 후 참석자들은 국화 헌화와 추모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현장에 마련된 공간에 붙이며 고인을 기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추모모임 이후 경기도의회 의장단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날까지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노조 측은 향후 고위험 민원 대응과 공직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 추모의 배경… 수사 이후 숨진 도의회 공무원
이번 추모모임은 경기도의회 해외출장 경비 부풀리기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던 도의회 소속 공무원이 숨진 사건과 맞물려 열렸다. 앞서 일부 언론은 해당 공무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해외출장 여비 집행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수사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국 지방의회 국외출장 실태조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경기도의회를 포함한 도내 시·군의회 공무원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고, 현재까지 다수의 공무원이 조사를 받고 있다. 반면 도의원 입건 사례는 없는 상태다.
◆ “애먼 직원만 고통”… 내부에서 터져 나온 문제의식
사건 이후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왜 책임은 늘 실무자에게만 돌아오느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익명 커뮤니티에는 “업무의 연장선에서 일했을 뿐인데 수사와 압박은 개인 몫이 됐다”, “제도와 관행이 만든 결과를 말단이 감당하고 있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해외출장은 의원의 결정과 일정에 따라 추진되지만, 집행과 정산, 문서 책임은 대부분 공무원이 맡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종착지가 공문에 이름이 남은 실무자에게로 향하는 현실이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도의회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남은 질문들
경기도의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날(29일) 김진경 의장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의장은 입장문에서 “소중한 의회 구성원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참담하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의회 수장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그간 국외공무출장 관련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의회 공직자들이 겪어온 심리적 부담과 고통에 대해 “그 무게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한 수사 대상이 된 직원들을 위해 변호인 지원과 관계 기관과의 소통을 이어왔으나, 비극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거듭 책임을 언급했다.
경기도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수사 중인 직원을 포함한 의회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문 심리상담과 정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외공무출장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다.
이 같은 공식 입장 발표 하루 만에 열린 이날 추모모임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공직사회 내부에 누적된 부담과 제도적 문제를 함께 돌아보자는 의미가 겹쳐진 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사건이 불거진 이후, 국외출장의 기획·집행·정산 과정 전반에 대해 의회 차원의 구체적인 설명이나 책임 구조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업무는 조직의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부담과 책임은 개인에게 집중됐다”는 씁쓸한 인식이 퍼지고 있다.
국외출장이 의회 조직 차원의 공적 일정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만 귀결돼서는 안 되며, 의회 전체의 구조와 운영 방식 속에서 점검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 공무원노조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을 두고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지방의회 행정 구조와,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관행이 결합된 결과”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이번 죽음을 개인의 선택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30일 열린 추모모임 현장에서도 반복됐다. 추모사와 발언에서는 고인의 선택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젊은 공직자가 감당해야 했던 업무의 무게와 구조적 압박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누구도 혼자 버티지 않게 해야 한다”, “이 아픔은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슬픔”이라고 입을 모았고, 이는 이번 사건을 공직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 추모 이후 남은 과제
30일의 추모모임은 끝났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결정했고, 누가 집행했으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왜 그 책임은 늘 같은 방향으로 흘러왔는가.
김종우 경기도 공공기관 노조 의장(경기신용보증재단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젊은 공직자는 우리 모두의 동료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공직자뿐 아니라 산하기관 직원들까지 동행하는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출장을 둘러싼 관행과 책임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자의 생명과 존엄은 어떤 제도나 관행보다 앞선다. 경기도의회가 약속한 성찰과 변화가 선언에 그칠지, 아니면 책임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의회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추모는 끝났지만, 이 죽음이 남긴 질문은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