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경기도의회가 지역언론 광고·홍보 집행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홍보비 배분 방식의 불공정성과 평가 기준 왜곡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공공 광고 집행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양우식)는 3월 31일 도의회 3층 예담채에서 ‘지역언론 육성과 경기도 홍보 집행 개선을 위한 지역언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의회 광고홍보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제도개선 연구’와 관련해 지역 언론인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간담회는 홍보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언론과의 상생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집행 구조를 둘러싼 불만과 문제 제기가 쏟아지며 사실상 ‘광고 배분 체계 전반에 대한 공개 검증의 장’으로 이어졌다.
◆ 전문가 진단 “지표는 과거, 환경은 현재… 공공광고 기준 재설계 필요”
이날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광고 집행 기준이 급변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공공광고 기준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문기 한세대학교 교수는 “SNS와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뉴스 소비 구조는 이미 근본적으로 바뀌었지만, 광고 집행 기준은 여전히 발행부수와 열독률 중심의 과거 지표에 머물러 있다”며 “이 같은 기준으로는 공공광고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홍 교수는 “정부광고 지표로 활용되는 열독률은 표본 편향과 응답자 기억 의존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현실 반영력이 떨어진다”며 “인터넷신문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 기존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현실과 괴리된 평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페이지뷰, 방문자 수 등 디지털 지표를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단순 수치 중심 경쟁으로 흐를 경우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며 “공익성, 지속적 취재 활동, 지역 기여도 등을 반영하는 정성지표를 병행해 지표 보완이 아닌 기준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렬 한양대학교 교수는 제도적 측면을 짚었다. 그는 “광고 집행 기준과 과정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한 공정성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집행 기준, 평가 방식, 결과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희복 상지대학교 교수는 언론 생태계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광고 집행 기준이 왜곡되면 언론의 보도 행태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관계 중심 배분 구조가 고착될 경우 비판 기능은 약화되고, 홍보성 기사 중심으로 언론 환경이 재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 “수백 건 써도”… 성과 무관 배분 구조 도마
현장에서는 홍보비 배분 구조를 둘러싼 직설적인 비판이 쏟아지며 분위기가 한층 격해졌다.
한 참석자는 “상·하반기 수백 건 기사를 써도 적게 써도 동일하다”며 “기사 생산량이나 영향력과 무관하게 동일하게 배분되는 구조는 사실상 성과를 반영하지 않는 형식적 배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언론은 수백만 원대 홍보비를 받는 반면, 상당수 언론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배분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 홍보비 집행이 기사 생산량, 영향력, 공익성 등과의 연계 없이 관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사실상 광고 집행 구조 전반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있음을 보여준다.
◆ “포털이 언론 평가?”… 공공광고 기준 왜곡 논란
포털 중심의 평가 구조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네이버·다음 등 사기업 포털이 사실상 언론의 영향력을 평가하고 있는 구조가 됐다”며 “포털 제휴 여부가 과연 좋은 기사와 언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클릭 수와 노출 중심의 정량 평가로는 탐사보도나 공익적 보도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정성 평가를 병행하지 않으면 언론의 본질적 기능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공공기관 광고가 본래의 목적이었던 공익성과 정책 전달 기능을 넘어, 플랫폼 노출과 클릭 중심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현행 평가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한다.
◆ “광고 아닌 영향력 배분… 특정 기업형 소수 언론사 별도 홍보비 배정 문제까지”
일부 참석자들은 홍보비 집행 과정에서 관계 중심 배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특정 도의원 요청으로 광고가 집행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공개적으로 제기됐고,
“얼굴을 알아야 광고가 배분되는 구조라는 인식이 있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또 “실질적인 취재 활동이 거의 없는 언론사도 기존 기준에 따라 광고를 받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기업형 소수 언론사에 별도의 홍보비가 배정되는 구조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이 같은 발언은 홍보비가 명확한 기준에 따른 광고 집행이 아니라 일부 매체에 집중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석자들은 “현재 홍보비가 광고 본래의 목적을 넘어 영향력 배분 구조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터넷신문 70% 시대… 기준은 여전히 과거
미디어 환경 변화와 집행 기준 간 괴리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 신문사업자의 약 78%가 인터넷신문으로 전환된 상황이지만, 광고 집행 기준은 여전히 발행부수와 열독률 등 종이신문 중심 지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열독률은 조사 방식과 표본 한계로 인해 실제 영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현행 지표 체계의 신뢰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결국 “시장 구조는 빠르게 변화했지만 평가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양우식 의회운영위원장 “기준 공개·조례 제정”… 구조 개편 본격화
양우식 경기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국민의힘, 비례)은 “특정 언론사에 홍보비가 집중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광고 집행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기 내 ‘지역언론 육성 및 홍보비 배분 기준’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성과와 역할에 부합하는 언론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기준이 있어야 공정한 배분이 가능하다”며 “관행이 아닌 원칙에 기반한 집행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덧붙였다.
◆ “홍보비는 권력 아닌 공공자원”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그동안 관행적으로 운영돼 온 경기도의회 홍보비 집행 구조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자리로 평가된다.
현장에서는 ▲성과와 무관한 배분 구조 ▲포털 중심 평가에 따른 왜곡 ▲관계 중심 집행 가능성 ▲디지털 환경과 맞지 않는 지표 체계 등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며, 단순 보완이 아닌 구조 개편 필요성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조례 제정과 기준 공개가 실제 제도로 이어질 경우, 경기도의회가 지역언론 광고 집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홍보비가 권력과 관행에 좌우되는 자원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공익과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공자원으로 기능할 것인지.
그 방향은 앞으로 마련될 기준과, 그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