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국민의힘 경기도당의 기초의원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정당 민주주의의 본질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수원지역에서 촉발된 반발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경기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공천 발표 이후 삭발 항의와 집단 재심 신청이 이어지고, 공천 과정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는 공개 반발과 탈당·무소속 출마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갈등은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적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결과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공천 절차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그동안 경기 지역 기초·광역의원들 사이에서는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특히 기초의원 경선 실시 요구는 일관된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경선이 배제된 단수공천이 이어지면서 “의견 수렴은 있었지만 실제 반영은 없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인사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정당법 제2조 역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기 위한 자발적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천 과정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이 요구하는 정당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공천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는 지역 당원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조직임에도, 당협위원장이나 일부 인사의 추천이 공천 전반을 좌우한다면 이는 공정한 공천이 아니라 ‘사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천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설득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치적 과정이다. 경쟁과 검증이 배제될 경우 그 정당성은 약화된다. 경선은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장치이며, 이를 생략한 공천은 ‘결정’에 그칠 뿐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절차적 문제 제기와 시정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민주적 절차가 작동해야 한다. 이를 관리·조정하는 도당과 중앙당의 역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공당으로서의 정당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조직의 균열을 넘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에서 나타난 집단 재심과 공개 반발은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당내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대한 불신이 표면화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내부 신뢰를 잃은 정당이 외부 유권자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공천은 결과보다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공천은 단기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정치적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내부 반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을 되짚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제11대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의원 선출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문제돼 법원으로부터 ‘무효’ 판단을 받은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절차를 무시한 결정은 결국 제도적·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천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며, 절차는 선택이 아니라 원칙이다. 지금 정치에 필요한 것은 ‘누가 후보인가’가 아니라, ‘어떤 과정으로 후보가 결정됐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