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수원특례시(시장 이재준)가 경북 봉화군 청량산에 추진 중인 '캠핑장' 조성과 관련해, 예산 편성을 위한 근거 법령인 해당 조례 개정 없이 예산안을 먼저 제출한 뒤 이를 조례안과 같은 날 동시에 본회의에 부의하고 처리하면서, 수원시의 졸속행정과 시의회의 책임 공방이 확산될 전망이다.
24일 수원특례시의회(의장 이재식)는 '제393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과 예산안은 모두 가결했다. 조례안은 찬성 20표·반대 17표, 예산안은 찬성 19표·반대 18표로 간신히 통과됐다. 그러나 시의회 국민의힘은 "법적 기반 없이 예산부터 밀어붙인 집행부의 무리한 행정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며 공방이 이어졌다.

■ 조례 정비 없는 예산 ‘선처리’… 국민의힘 "절차적 기만" VS 더불어민주당 "법적 문제 없다"
수원시는 봉화군 청량산 일대에 가족형 캠핑장을 조성한 뒤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수원시 캠핑장 관리·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고, 본회의에서는 두 안건을 같은 날 동시에 상정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수원시의회 김소진 의원(국민의힘)은 조례안 반대토론에서 “청량산 수원 캠핑장 조성 사업은 행정 절차 위반, 예산 편성의 적결성 결여, 사업 실효성 부족 등 문제가 크다”며 “조례안이 아직 심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을 먼저 상정한 것은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원시장은 시민 세금 50억 원을 적자 캠핑장에 쓰고도 ‘작은 돈’이라고 말했다”며 “이것이 시민에 대한 올바른 태도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정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찬성토론에서 “이번 조례 개정은 민간위탁 대상에 지방 외 타지역 캠핑장이 포함되는 것에 불과하며, 청량산 캠핑장 조성 자체는 이미 기존 조례에 근거해 가능하다”며 “예산과 조례가 같은 날 처리되었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내용은 아니며, 시와 의회가 상생과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회는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이지 행정의 모든 우선순위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니다”며 다수 의원들의 찬성을 호소했다.

■ 예산안도 표차 통과… 반대토론 속 수정예산 제안
조례안 가결 후 조미옥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정예산안을 제안하며 “지방 간 상생협력과 지역 청년 복지 확대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며 “청년 체험활동과 취약계층 캠핑 이용 지원 예산을 포함해 사업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행정, 자치의 책임을 공유하는 입장에서 이 안건의 상징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전향적인 결정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수정예산안 반대토론에 나선 정영모 의원(국민의힘)은 "봉화군 청량산 수원 캠핑장 사업이 조례 제정도 없이 예산을 먼저 편성한 것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고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조례가 효력을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 어긋나는 심각한 행정적 위법"이라고 지적하며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사업의 즉각 중단과 조례 효력 발생 이후 재논의를 촉구했다.

박현수 의원(국민의힘) 역시 “근거도 조례도 없이 청량산 캠핑장에 2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수원시 재정을 외면한 무책임한 예산 편성”이라며, “추경의 목적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원시민을 위한 도로·복지·교육 예산은 줄이면서 타지 캠핑장에 예산을 쓰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배지환 의원(국민의힘)도 “5천만 원, 1억 예산도 치열하게 심사하는 의회에서, 전례도 없는 타지역에 20억 원 캠핑장 예산을 졸속 처리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출산지원금이나 학교 시설개선 등 더 시급한 사업이 많은데, 실효성 검증도 부족한 채 추진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성토했다.

■ 법적 효력보다 민주적 정당성… 의회의 존재 이유 되묻는 사안
수원시가 조례 정비 없이 예산부터 편성했다는 점에서, 집행의 정당성과 의회와의 협의 부족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준숙 수원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는“상임위와 예결위, 다시 상임위까지 거듭 부결된 안건을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다수당의 폭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본회의는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안건이 통과되었지만, ‘과연 의회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했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지방의회 전문가는 “의회가 숫자 논리로 졸속행정을 수용한 셈”이라며 “지방자치의 근간인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청량산 캠핑장 조성과 관련된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이나 조례안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핵심 원리인 ‘법적 근거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이 무너질 경우, 시민 신뢰는 급격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수원특례시의회가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적 근거 없는 예산 편성은 명백한 절차적 하자”라는 일관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운 범여권의 표결로 ‘봉화군 청량산 캠핑장 조성 사업’을 강행하면서, 수원시 집행부의 무리한 행정을 사실상 추인한 결과가 됐다.
조례 제정 이전에 예산을 먼저 편성하고,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반복적으로 부결된 사안을 본회의에서 숫자로 밀어붙인 이번 사태는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시민 대표기관으로서의 심의·견제 기능이 무력화된 채 ‘통과 도장’으로 전락한 지방의회를 두고,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지방의회 무용론’이 다시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례와 예산이라는 양대 심의 권한조차 스스로 훼손한 의회가 과연 집행부를 감시·통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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